인간은 환경의 산물
우리는 인간을 '행동을 행하는 중심체'로 바라보지만, 정확히 말해 인간은 환경의 영향을 받아 그것에 반응하여 생성되는 '최종 산물'이다.
스키너는 인간 행동을 연구하기 위해 굳이 인간의 마음 상태나 감정, 성격, 계획, 목적 등을 알 필요는 없다고 했다. 오로지 어떤 환경이 어떤 방식의 행동을 유발하느냐만 알면 우리가 하는 행동의 원인을 밝혀낼 수 있다고 말한다.
스키너는 인간의 환경이 인간이 의지대로 행동하도록 마련된 것이 아니라, 오히려 환경이 인간의 모습을 형성해나간다고 주장한다. 인간은 생존에 좋다거나 나쁘다고 익힌 것에 따라 자신의 행동 노선을 바꾸어나간다. 이것을 자발적으로 행동한다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환경에 대한 반응으로 인간이 자신의 행동을 스스로 '강화'해나가는 것으로 보는것이 옳다고 말하고 있다.
모든 생명체가 환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적응하느냐에 따라 번성하거나 사라지듯, 인간도 자신이 속한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거기에 적응하느냐에 따라 사는 모습이 결정된다.
더 나은 인간 < 더 나은 환경
「자유와 존엄을 넘어서」 이 책은 무슨 의미일까? 스키너는 이전에는 '자유에 관한 문학'이 사람들이 억압에 저항할 수 있는 영감을 북돋웠다고 말하며, 이러한 글들은 인간에 대한 통제와 착취를 나쁜 것이고 그러한 통제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지는 것을 좋은 것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스키너는 이것은 단순한 공식이고, 인간은 노골적인 힘보다는 혐오나 유인과 같은 다양한 형태로 통제되도록 사회를 설계해오면서 이러한 미묘한 형태의 통제에 대부분 복종해왔다고 말한다. 왜냐하면 그 통제들이 인간의 사회적,경제적 결과를 궁극적으로 조종했기 때문이다.
대부분 인간은 공동체 안에서 생활하고, 공동체는 구성원의 생존을 위해 어느 정도 통제를 가한다. 결국 인간은 바람만큼 자유롭거나 자율적이지 못하며, 오히려 기꺼이 복종할 통제 형식을 스스로 선택하는 존재라고 하는 편이 맞다. 이러한 가장 효과적인 통제 형식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것이 '행동주의 이론'의 본질이다.
스키너는 처벌은 사회의 원대한 목적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그 목적에 제대로 반응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다루는 데 그다지 이롭지 못한 방식이고, 이보다 나은 방식은 대안이 될 만한 행동 노선을 강화하여 사람들의 행동을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억지로 목표나 목적을 심어줄 수는 없지만, 어떤 행동은 매력적이고 또 어떤 행동은 그렇지 않아 보이도록 만들 수는 있다. 인간의 문화 자원을 '더 나은 인간을 만드는 것보다 더 나은 환경을 설계하는 데' 사용 하는 편이 훨씬 유익하다고 말한다. 인간은 단지 인간을 다르게 행동하도록 만드는 환경을 변화시킬 따름이다.
인류라는 사슬의 고리
스키너는 인간이 개성화의 가치를 지지하는 데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는다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훌륭한 결과를 생산해내는 환경 유형에 초점을 맞추는 편이 더 많은 것을 이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문화가 지혜와 연민의 정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 발전해왔지만, 궁극적인 발전은 그들을 지혜롭고 정이 많도록 만든 환경에서 비롯되었다" 우리가 '인격적인 특성'이라고 여기는 것들은 실은 인간이 환경에 맞춰 강화한 행동들의 축적된 결과라고 말한다. 햄릿은 인간을 '신과 같은 존재여!'라고 말했다면, 스키너는 파블로가 말한 '개와 다르지 않은 존재여!'라고 한 말을 주목했다.
시인, 소설가, 철학가, 작가 들은 오랫동안 인간의 자아를 인도하는 내적 동기를 찬양했으나, 스키너는 인간이 과학적 분석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개와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자아를 '우발적인 주변 상황에 맞춘 행동의 레퍼토리'라고 냉정하게 정의한다.
스키너가 바라보는 우리의 의식과 도덕은 어떨까? "인간이 지닌 특성이나 도덕적인 면에서 볼 때 인간은 그다지 도덕적인 동물이 아니다. 다만 인간은 스스로 도덕적으로 행동하도록 유인하는 사회적 환경을 만들어왔다"
스키너는 인간이 모든 면에서 각자 독특한 존재라는 점을 인정하지만, 한가지 놓친 핵심은, 인류는 개인 이전부터 존재해왔고, 개인이 사라진 뒤에도 한참 동안 계속 존재할 것이다. 개인은 인류의 기나긴 사슬을 구성하는 하나의 고리에 불과하다. 이러한 거시적인 시각에서 볼 때, 개개인의 개성화 운운하며 떠들어대는 것은 조금 우습지 않은가? 물론 인간은 유전적인 역사와 환경으로 형성된 존재이지만, 동시에 환경을 형성하는 능력도 갖추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스키너의 행동주의 이론
이러한 이론들은 사람들이 불변의 진리로 믿어온 인간의 '자유 윤리'를 뿌리부터 뒤흔들었다. 자유는 훌륭한 개념이지만, 문화와 공동체가 살아남으려면 상당한 통제가 필요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스키너는 문화를 "거대하게 실행되는 자아 통제 수단"이라고 묘사했다. 이는 개개인이 지속적인 생존과 번영을 위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조직하고 통하는 것이다. 따라서 통제는 '삶의 진실'이다! 다만 스키너는 처벌과 같은 비우호적인 통제는 줄이고, 모든 인간이 동의 할 수 있는 긍정적인 통제 방식을 늘리는 쪽으로 문화를 발전시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러한 개념은 스키너가 쓴 유토피아적 소설 「월든2」에 구체적으로 묘사되었다. 자칫 초기 공산주의 사상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공산주의 이데올로기가 인간 본성에 대한 잘못된 신념에 기초한 반면, 행동주의는 인간의 실제 행동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려 했다는 점에서의 큰 차이가 있고, 행동주의 사살에서 비롯된 문화는 헛된 희망이 아닌 확실한 진실을 기초로 했다고 볼 수 있다.
스키너의 이론에서 가장 주목하며 지금의 시대와 가장 어울리는 개념은, 인간의 자유와 존엄을 지나치게 맹신하고 인간의 자유와 관련된 심리학의 '낭만적인' 관점을 버리지 못한 문화는 국민의 생존을 최우선시하는 다른 문화에 뒤처질 위험에 있으므로, 그러한 국가는 자신의 '올바른'면에 자긍심을 느낄지 모르나, 이 같은 융통성 없는 태도는 국가의 미래를 보장하지 못한다고 말한다.
개인의 책임과 자유의지를 신봉하는 사람들은 받아들이기 어렵겠지만, 스키너는 개인 중시 사상을 없애자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행동을 자유자재로 조정한다고 여겨온 '내적 인간'이라는 개념을 없애자는 것이다. '실험실의 냉혈인간'의 평을 가지고 있는 스키너는 과학적 근거를 통해 인류의 운명을 개선하고자 했던 진정한 인본주의자라고도 할 수 있다.
함께 읽으면 좋은 책 「사랑의 본질」 「권위에 대한 복종」 「조건반사」 「빈 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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